지난 10월, 하하모의 커피 투어는 서울을 잠시 벗어나 강릉에서 진행했습니다. 한동안 가뭄이었던 날씨가 무색하게 유난히 굵게 비가 내리던 날이었지만, 그 덕분에 바다 대신 각자의 커피 취향과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투어는 단순한 카페 방문이 아니라 멤버들이 각자 커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이야기와 취향을 쌓아왔는지 차근히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하모 커피 투어 in 강릉 일정
📍미트컬쳐 — 점심
📍테라로사 신라모노그램점 — 메인 커피 1
📍데자뷰 로스터리 — 메인 커피 2
📍즈므 로스터리(테이크아웃) — 생략
📍연지식당 — 서부시장 근처 단지로 변경
강릉 해산물 기반의 양식 레스토랑, 미트컬쳐(Meat Culture)
강릉 해산물 기반의 양식 레스토랑, 미트컬쳐(Meat Culture)
안목해변 근처의 미트컬쳐(Meat Culture)에서 점심을 함께한 후 방문한 카페는 송정해변 바로 옆에 새롭게 문을 연 테라로사 신라모노그램점이었습니다. 강릉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답게 공간은 단정하면서도 넉넉했고, 멤버들은 이곳에서 첫 번째 커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커피를 처음 좋아하게 된 순간을 떠올렸고, 메뉴를 고를 때의 기준을 꺼내놓았습니다.
향과 질감, 산미에 대한 커피에 대한 감각부터 하루 중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과 커피 문화까지 커피를 마시며 나눈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Part 1. 테라로사 신라모노그램점
강릉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 신라모노그램점
1. 커피 취향 찾기와 선택 기준: '나만의 커피 언어'를 찾아서
멤버들은 각자 선호하는 커피 유형과, 처음 커피를 접했을 때의 강렬한 인상을 공유하며 '나만의 커피 언어'를 탐색했습니다.
구파발: "저도 진짜 웬만하면 (커피 취향이) 잘 안 바뀌는데 예전에는 꽃 향기 쪽을 좋아하다가 최근에는 시다모를 많이 마셔요."
제이: "이게 (파나마) 제일 고소할 것 같아서 골랐어요."
밍구: "견과류랑 바닐라가 노트에 써있으면 부드러운 맛이 상상돼요. 과테말라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고. 저는 초콜릿 향이 난다는 쪽은 일부러 잘 안 먹으려고 해요."
대장님: "저는 에티오피아를 주문했어요. 원래 약간 아프리카 쪽 커피를 좋아해서 신맛, 산미 높은 걸 선호해요."
밍구: "저는 블랙 커피가 당연히 편의점에서 파는 설탕 들어간 단맛 나는 커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디야에서 처음으로 시럽 없는 아메리카노를 마셨는데, 아무 맛이 없어서 너무 놀랐지만 그게 깔끔하고 괜찮은 거예요. 그때부터 (아메리카노를) 먹었어요."
제이: "저도 대학생 때까지는 커피를 안 마셨던 것 같아요. 같이 일하는 친구가 샷 하나를 내리고 우유 스팀에 시럽을 넣어서 먹어보라고 했는데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커피는 약간 고소하고 조금 부드러운 개념이 되었고, 아직도 라떼를 훨씬 선호해요.”
멤버들의 커피 여정은 믹스 커피의 단맛 이나 고소함 에서 시작해, 산미나 특정 향미 를 선호하는 단계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커피의 노트를 통해 맛을 상상하거나 특정 향미를 의도적으로 제외하는 등 주관적인 취향 언어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2. 드립 커피의 향미, 감각적 경험과 맛의 기준
드립 커피의 섬세한 향미와 강렬한 경험은 멤버들의 커피 기준을 상승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파발: "제가 코나 커피를 먹고 완전 그때 반했는데... (커피는) 원두가 좋아야 되는 거 확실하고, 물을 많이 희석하지 않아야 돼요. (맛없는 코나를 먹었을 때) 원래 맛이 100%라면, 그 코나 카페에서 팔던 코나는 1% 정도 들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시다모 저 되게 좋아해서 한 곳에서만 잘 먹던 맛을 아직 기억하는데, (지금 마시는 건) 그 맛이 아니에요. 먹자마자 꽃맛이 나야 되고 향기가 코에서 먼저 느껴져야 하는데, 우선 그게 없어요."
대장님: "일단 모든 음료는 처음에 시작은 향부터 하거든요. (지금 커피는) 향이 거의 안 나서 아쉽네요.”
판교댁: "커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한데, 저는 사무실에서 직접 갈아서 드립으로 먹다 보니까 그 갈았을 때 향이 너무 좋아서 그게 사실 커피 맛보다 더 좋더라고요."
커피의 '향'은 첫 경험과 만족도의 핵심 요소였습니다. 특히 제대로 된 스페셜티 커피를 경험한 후에는 , 그 맛이 잊히지 않는 기억이 되어 , 이후 마시는 커피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3. 아이스 커피 문화와 직장인의 관성
한국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열풍 뒤에는 피곤한 현실과 직장 내 루틴이라는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요소도 있었습니다.
밍구: "저는 여름에 커피 시키면 제일 곤란한 게, 더워 죽겠는데 뜨거운 걸 못 먹잖아요. 근데 사실 드립은 뜨겁게 먹는 게 훨씬 향을 많이 느낄 수 있거든요."
대장님: "커피를 요즘 한국인들은 아이스로 먹는 것은 취향일 수는 있지만, 따뜻하게 먹을 때 온도나 향을 잘 느낄 수 있는데 차갑게 하는 순간 커피의 풍미가 다 날아가 버려서 아쉽죠."
판교댁: "전 세계에서 아이스커피 제일 좋아하는 나라가 우리나라예요. 근데 음료라고 해도, 커피라는 걸 빼고 나면 우리나라가 그렇게 많이 음료를 다니면서 먹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죠."
제이: "그냥 점심을 먹으면 당연히 뭔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어야 되는 것처럼 됐어요. 피곤하니까 먹는 것도 저는 되게 컸거든요.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같이 나가면 꼭 뭔가를 사러 가요. 내가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뭔가 루틴으로, 관성처럼 가는 거예요."
대장님: "커피를 마신다라고 하면 덜 죄책감이 들고 덜 뭔가 그래도 생산적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거죠. 리사르 같이 에스프레소 딱 들어가는 게 잠깐 쉬러 나오고 얘기하고 나온 거니까 양도 딱 적당하고요."
아이스 커피 문화는 단순히 시원함을 넘어, 한국인의 피로를 해소하는 각성제 이자, 직장 내에서 동료들과 함께 소비하는 관성적 루틴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커피를 '맛있는 음료'가 아닌 '생산적인 매개'로 소비하는 문화적 현상으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 하하모 커피 투어 in 강릉 Part2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