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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고도 경주가 다시 세계의 무대 위에 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바로 이곳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연결·혁신·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이라는 주제를 내세우며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한 실질적 대응을 선언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크게 세 가지 이슈가 부각됐다.

① 무역·투자 활성화 및 디지털 전환

한국 측은 글로벌 무역 및 투자 흐름을 회복시키고자 노력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협력, 데이터 거버넌스 같은 기술 기반의 논의가 전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들도 참여했으며, 예컨대 NVIDIA의 CEO는 이번 CEO 서밋 참석을 통해 한국 및 아태지역 내 AI·메모리칩 산업과의 결합을 모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② 외교·안보 복합 리스크와 ‘교량 외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쟁 구도가 회의장 바깥에서도 무겁게 작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 CEO 서밋 연설에서 보호무역주의와 민족주의의 부상을 경고하며, “APEC이 위기의 시대에 오히려 더욱 빛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간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 했으며, 장소 선정부터 대외 메시지까지 ‘실용 외교’에 주력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지역 안보 변수 등 예상치 못한 요소도 긴장감을 높였다.

③ 인프라·운영상의 도전

행사 준비 및 운영 측면에서는 여러 과제가 지적됐다. 숙박·교통 인프라가 대형 국제회의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일부 언론에서는 숙박 가격 급등이나 현지 시민의 불만 등이 언급됐다.
또한 선언문 작성이나 회원국 간 조율 과정에서 자유무역 지지 문구 삽입 여부 등을 두고 진통이 있었다는 보도도 확인됐다. 공식 문서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운영 리스크가 현실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이번 정상회의가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회의를 계기로 경주를 ‘역사문화관광 도시’에서 ‘국제회의 경제도시’로 전환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무역·디지털·에너지·식량 안보를 아우르는 다중 위기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구조적 대응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주가 이번 회의를 통해 얻은 성과가 실제로 얼마나 지속가능한 변화로 이어질지는 향후 몇 년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APEC 개최는 한국이 글로벌 담론에서 보다 주도적인 위치로 올라가려는 의지를 보여준 사건임에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