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로사에서의 대화는 이후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이자 카페인 데자뷰 로스터리로 이어졌습니다.
커피를 마시는 자리에서 커피 이야기와 동시에 개인의 경험으로 쌓아 올린 취향이 어떻게 디자인 실무의 '정답 없음의’ 의 감각과 연결되는지, 그리고 디자이너로서의 생존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즐거운 대담으로 이어졌습니다.
Part 2. 데자뷰 로스터리
강릉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데자뷰 로스터리
1. 정답 없는 취향과 자기 감각
커피의 맛에 절대적인 정답이 없듯이, 자신의 감각을 믿고 기준을 세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구파발: "제가 먹어본 것들은 약간 뭐라 그래야지 발효된 느낌 같은 맛을 되게 많이 났었던 것 같은데... (맛을 보니) 지금은 하나도 안 달아요."
밍구 : "저는 게이샤류를 먹었을 때는 항상 그 약간 실키한 맛(텍스처)이 제일 많이 느껴진 것 같아요. 맛은 조금씩 다 달랐던 것 같은데 부드러운 느낌은 다 비슷하게 있더라고요. 써 있는 맛에서 유독 먹고 싶은 맛이 있으면 약간 꽂혀서 그 맛이 날까 이러면서 너무 궁금해서 막 골라요."
대장님: "내가 얘기하는 커피의 자유로움이라는 게 정답이 없어서 좋은 거예요. '이게 좋은 거야' 이런 게 어디 있어요? 내 입맛에 맞게 먹어야죠."
구파발: "내가 그냥 제3자로부터 들은 건데 내가 아는 것처럼 할 때가 많잖아요. 그래서 내가 들어서 아는 지식에 너무 빠지지 말자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하고 그 연습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는 취향에 대한 단순한 설명을 넘어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깊어졌습니다.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면서, 멤버들은 자신만의 감각을 믿고 기준을 세우는 태도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 좋아하는 커피와 카페가 주는 경험
강릉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데자뷰 로스터리
제이: "저는 막 커피 맛을 엄청 알고 마시는 사람은 아니어서 디테일한 뭔가를 얘기하기는 어려운데, (지금 커피는) 좀 더 차 같은 느낌이었어요. 커피 마셔야 한다 했을 때 얘를 안 고를 것 같아요."
대장님: "커피 한 잔 할까요? 이게 커피를 기능적으로 먹자는 게 아니라 이야기 좀 합시다 이런 뉘앙스가 있잖아요.”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면) 스타벅스네요. (왜냐하면) 맛의 일관화, 어딜 가나 그냥 성공하지도 않지만 실패하지 않는 그냥 프랜차이즈, 진짜 정형화된 (맛을 주니까요)."
카페가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이야기 한 번 할까요?”라는 뉘앙스를 가진 사회적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판교댁: "저는 커피를 진짜 맛을 즐기러 가거든요. 대부분 그럼 그럴 수 있는 데만 (가요). 자주 먹지 않는 만큼 좋은 걸 먹겠다 골라서 가는 편이에요."
카페를 둘러싼 현실적인 이야기와 함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컨셉'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습니다.
대장님: "결국은 커피를 마시는 것도 만드는 것도 파는 것도 결국은 자기 색깔이 묻어나와야 되는 거니까. 커피 한 사람의 철학이 있는 집들이 느껴지는 곳들이 있어요.
좋아하는 카페를 고르는 기준은 맛, 공간, 질감뿐 아니라 일관성·철학·사회적 경험까지 확장되었습니다. 멤버들은 자신이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 명확해질수록 카페 선택의 기준도 더 선명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3. 디자인 감각으로의 확장과 '내 세팅'의 중요성
강릉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데자뷰 로스터리
대화는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취향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전문가로서 기준을 세우는 방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커피 취향을 세우는 과정과 디자인 실무의 사고 과정이 닮아 있다는 점에서 취향을 찾는 노력이 결국 자신만의 전문 영역 기준을 세우는 태도로 이어진다는 결론과 함께, 대담은 디자이너로서의 생존법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제이: “(일하면서) 팀장님께 '시각적인 거 전에 앞단에 대한 것을 한번 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분의 피드백은 ‘그건 네가 하는 일이 아니야'였죠."
밍구: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새로 갖고 오면서 '왜 이렇게 했냐'라고 물어보면 '예뻐서요', '요즘 트렌드여서요'라고 대답한다는 거예요."
판교댁: "디자인의 역할과 범위를 디자이너들 스스로가 좁혀버렸어요.
대장님: "우리나라 디자인 교육의 문제는 이 논리적인 세계를 다루지 않는 거예요. "
판교댁: "결국에는 지금은 성장할 수 있을 '내 세팅'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나는 이런 세팅이 있으면 내가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어딜 가서든 그 세팅을 만들어서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을 추구하면서 가야 합니다."
대장님: "개인의 성장은 돈 버는 건 기본이고 내 역량도 향상했으면 좋겠고 다양한 경험도 있으면 좋겠다는 쪽으로 가거든요. 디자이너들은 그런 역량들이 충분히 있어요.
데자뷰 로스터리에서의 대담은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모였습니다. 누군가는 기억 속 한 잔을 떠올리며 자신의 취향을 다시 점검했고,누군가는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경험을 통해 취향의 기준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디자인 실무에서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는 일과 취향을 설명하는 일이 얼마나 닮아 있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 안에는 공통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힘”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카페에서의 대화 후, 강릉 서부시장 이모카세 식당, 단지
카페에서의 대화 후, 강릉 서부시장 이모카세 식당, 단지
이번 강릉 커피 투어에서 나눈 이야기들은 단순히 “무슨 커피를 좋아하느냐”를 넘어서 각자가 가진 커피에 얽힌 추억, 그리고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취향과 기준, 나아가 디자이너로서의 감각까지 닿아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향, 익숙한 질감, 산미의 균형처럼 작지만 분명한 감각의 조각들이 마침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는 언어가 된다는 이야기들 -이는 곧 자신의 감각을 믿고 기준을 세우며, 스스로 찾아낸 방식으로 일의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결국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이 감각을 키우는 일이 되고, 그 감각은 다시 각자의 업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힘이 된다는 점을 모두가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