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8일 서울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첫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경제분야를 주제로 격돌했다. 후보들은 저성장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통상전략, 국가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놓고 자신만의 해법을 제시했다.
후보별 경제정책 제안과 쟁점
이재명 후보 "추경 통한 서민경제 회복, 첨단산업 육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1분기 0.2% 마이너스 성장과 내수 침체를 지적하며 "성장을 해야 분배도 있고 분배 없는 성장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는 "불경기에는 정부가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가능한 범위에서 추경을 해서 서민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 대책으로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첨단기술산업과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야 하고, 문화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규제에 대해서는 "완화나 해소라고 말하지 말고 '합리화'하자. 필요한 규제는 강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해제하거나 완화하자"고 밝혔다.
통상전략에 관해서는 "국익 중심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우리가 제일 먼저 나서서 협상을 조기 타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문수 후보 "규제 판갈이로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지원"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일자리를 지키도록 하겠다. 소비 진작을 위해 확실하게 많이 지원하고 소상공인의 채무를 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판갈이하겠다"며 "기업이 해외로 나가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마음 놓고 사업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어려운 건설업에 대한 특별 지원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통상정책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자신이 가장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돼 있다"며 당선되면 한미 정상회담을 바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 "돈풀기식 괴짜 경제학 아닌 생산성 향상으로 성장"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성장의 본질은 생산성 향상"이라며 "국제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재명 후보의 경제정책을 "돈풀기식 괴짜 경제학"이라고 비판하며 "수요를 억지로 부풀려선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금처럼 고물가, 저성장 상황에서 무작정 돈을 풀면 자영업자는 재료비와 임대료 부담만 커진다"며 "지역경제 현실에 맞게 최저임금을 자율조정하도록 하고 자영업자의 숨통을 트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돈풀기가 아닌 교육과 생산성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텍사스가 캘리포니아와 달리 규제와 세금이 더 적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텍사스로 이전했다"며 "지역 간의 경쟁이 어느 정도 촉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후보 "부자증세로 불평등 타파, 정당한 대가 제공"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이 토론은 사실상 1대 3 구도다. 세 후보는 성장을 외치지만 전 오늘 이 자리에서 불평등 타파를 말하겠다"며 차별화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력 10위다. 1인당 국민 소득은 3만 5000달러를 넘어섰다. 이 나라의 부는 넘치도록 쌓였다. 돈은 위로 쌓였고 고통은 아래로 흐른다. 성장은 숫자였을 뿐 정작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며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부자감세가 아니라 부자증세여야 한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공정한 책임을 묻고 그 재원을 국민에게 되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와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겠다"며 "불평등을 갈아엎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단순한 관세가 아니라 '약탈'"이라며 "경제 주권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슈별 쟁점 및 공방
'호텔경제론'과 '커피 원가 120원' 발언 도마 위에
토론에서 가장 뜨거웠던 쟁점 중 하나는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과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돈풀기식 괴짜 경제학을 말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재정 승수효과를 설명하고 경제순환이 필요하다는 걸 얘기하기 위해 극단적으로 단순화해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커피 한 잔 원가가 120원이더라'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2019년 봄께에는 인건비나 시설비를 제하면 그 정도가 맞는다"며 "자영업자들이 닭죽을 만드는 것보다 나은 환경에서 시설을 잘 갖춰 팔면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건데 국민의힘이 왜곡해서 조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계엄과 경제 위기 연관성 논란
김문수 후보는 "계엄으로 인해서 소상공인과 경제가 어려워진 점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집계됐으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계엄 사태 이후 내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소상공인 10명 중 9명이 매출 감소를 경험했으며, 36%는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고 응답했다.
통상전략과 트럼프 대응책 차이
후보들은 트럼프 시대의 통상 전략에 대해서도 의견 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국익 중심의 전략을 강조한 반면, 김문수 후보는 트럼프와의 우호적 관계를 내세웠다. 반면 권영국 후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약탈"이라고 비판하며 경제 주권 수호를 강조했다.
이번 토론은 6·3 대선을 앞두고 열린 첫 번째 TV토론으로, 후보들의 경제 정책과 비전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앞으로 예정된 두 차례의 토론에서는 사회 분야(5월 23일)와 정치 분야(5월 27일)를 주제로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