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 어떻게 느껴지세요?"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우리의 기억을 소환했던 알렉스 키토. 그의 공간을 지나 마주한 조나단 베르텡의 세상은 전혀 다른 감각을 일깨웠습니다. 의도적으로 흔들리고 흐려진 사진들 앞에서 저희 팀은 잠시 길을 잃기도, 혹은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이 명확해야만 할 것 같은 세상에서, 어째서 작가는 흐릿함을 선택했을까요? 작품의 형태가 흐려질수록 역설적으로 선명해지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몽환적인 풍경 속으로 우리를 이끌었던 '조나단 베르텡 사진전'에 대한 솔직한 감상부터, 전시를 둘러싼 '큐레이팅'과 '예술가의 삶'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까지 풍성하게 담았습니다.


🧪 오늘의 실험실 멤버
· 실험 설계자: 제이
· 공동 실험자: 판교댁, 대장, 구파발, 꾸이, 밍구

Chapter 1. 인상주의,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되다

조나단 베르텡의 사진은 마치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처럼 빛과 질감이 느껴집니다. 그의 독특한 스타일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요? 팀원들은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 제이 : 다큐멘터리를 보니, 베르텡은 처음부터 이런 사진을 찍었던 게 아니더라고요. 노르망디에서 열린 인상파 화가 기념행사에 초대를 받아,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사진과 인상주의를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금의 스타일을 찾게 된 거였어요. 우연한 계기로 자기 작품 세계를 발견했다는 스토리가 신기했어요.

· 대장 : 저는 베르텡이 모네나 고흐 같은 인상주의 대가들의 시선을 갖고 싶어 그들을 흉내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점이 오히려 더 좋게 느껴졌어요. 그의 마지막 사진은 다른 누군가를 따라 한 느낌이 아니라, 온전한 '베르텡만의 인상'으로 느껴져서 인상 깊었습니다.


· 판교댁 : 사진으로 ‘질감(텍스처)’을 표현한다는 말이 되게 흥미로웠어요. 재밌는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 구파발 : 익숙한 을지로 사진이 많아서 반가웠어요. 다큐멘터리에서도 을지로에 대해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이제 이런 곳에서 가전제품을 사지 않는데"라고 말하는 걸 듣고 조금 의아했어요.

· 대장 : 오히려 외국인의 시선이라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우리도 외국에 가면 실제와 다르게 단정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Chapter 2. 틀을 깨는 시선, 날것의 매력

정형화된 구도에서 벗어난 베르텡의 사진은 팀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때로는 아마추어처럼 느껴지는 날것의 느낌이 오히려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 꾸이 : 저는 베르텡의 작품이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사진을 취미로 찍다 보면 비슷한 구도에 질릴 때가 있는데, 그는 그 틀을 깨는 느낌을 줬거든요. 특히 강아지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찍은 사진이 좋았어요. 늘 우리가 강아지를 내려다보는 시선을 반전시킨 점이 재미있었어요.

· 구파발 : 그래서 약간 아마추어적인 느낌도 있었어요.

· 제이 : 맞아요, 날것의 느낌.

· 대장 : 저는 자기 세계가 명확하게 있는 건 프로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이 하는 건 아무도 못 따라 할 테니까요.

Chapter 3. 작품 vs 큐레이팅, 무엇이 먼저일까?

하나의 전시가 완성되기까지는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품을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를 고민하는 ‘큐레이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팀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 구파발 : 저는 전시 자체를 큐레이팅한 걸 보는 걸 좋아하는데 , 베르텡 전시관의 설명글은 일부러 사진처럼 흐릿하게 표현했더라고요. 처음에는 조명이 잘못된 줄 알았는데, 키토 전시관은 선명한 걸 보고 의도된 연출이라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때로는 작품의 힘보다 포장이 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작품이 먼저인지, 큐레이팅이 먼저인지 애매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 제이 : 저는 큐레이팅이 잘 된 전시를 굉장히 선호해요.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동선이 엉망이거나 연출이 별로면 화가 날 때도 있거든요.

· 대장 : 큐레이팅은 ‘스토리텔링’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결과물이라도 잘 전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큐레이터는 작품의 세계를 관객들이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거죠.

Chapter 4. 예술을 즐기는 우리들의 자세

하나의 전시가 완성되기까지는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품을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를 고민하는 ‘큐레이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팀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어야 할까? 도슨트 설명은 꼭 필요할까?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 걸까요? 전시에 대한 오랜 고민거리,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 꾸이 : 전시 볼 때 오디오 가이드 챙겨 들으세요? 제 지인은 자기가 느낀 감상과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이 너무 달라서 절대 듣지 않는다고도 해요.

· 제이 : 저는 그때그때 달라요. 작품을 봤을 때 설명 없이도 제 안에서 무언가 느껴지고 충분히 좋으면 괜찮은데, 감정적으로 이입이 잘 안될 때는 ‘이걸 왜 그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 생겨서 가이드가 필요한 것 같아요. 베르텡 작품도 제게 감정적으로 크게 와닿지 않아서, 왜 이렇게 찍었을까 궁금해하며 다큐멘터리를 더 오래 봤던 것 같아요.

· 밍구 : 추상 미술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을 볼 때는 작가의 배경이나 인생의 변곡점을 알면 도움이 돼서 가이드를 듣는 편이에요. 하지만 이번 사진전은 비교적 직관적이라 그냥 봤어요.

· 판교댁 : 저도 작품마다 설명을 일일이 듣지는 않지만, 전시장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의 배경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읽고 들어가요. 이 전시가 무엇에 대한 것인지는 이해하고 봐야 하니까요.

· 대장 : 저는 작품을 본다고 생각하기보다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우리가 가사를 모르는 팝송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작품에 대해 잘 몰라도 그저 느끼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 실험실의 코멘트

1편의 대화가 작품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면, 2편의 대화는 작품을 둘러싼 외부의 ‘이야기’로 시선을 확장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작가의 의도부터 전시의 기획, 그리고 감상의 방법론까지, 우리의 시선은 한 장의 사진에서 출발해 ‘예술이라는 세계’를 유영했습니다.

결국 예술을 즐기는 데는 단 하나의 정답도, 정해진 길도 없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때로는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며, 또 때로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길을 찾으면 그만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감상법을 찾아가는 즐거움 그 자체일 테니까요.

이번 ‘사진전 감상 실험’이 여러분 각자의 ‘전시회 사용법’을 발견하는 작은 힌트가 되었기를 바랍니다.